[이슈모음] 분단 평화를 넘어 통일로 - 통일연구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조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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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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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평화를 넘어 통일로
통일연구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조민
'합구필분 분구필합(合久必分 分久必合)!' 나관중의 '삼국지'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천하의 큰 흐름은 나뉜 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친 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는 말이다. 한민족의 장구한 역사에서 우리는 두 번째의 분단국 시대에 살고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백제와 고구려 멸망 이후 한민족은 신라와 발해로 나누어져 무려 200여 년 동안 남북으로 대치하였다. 이 시기 우리 역사는 처음으로 신라와 북국 발해의 이국(二國)시대를 맞이했다. 우리 역사에서 두 번째의 남북국시대는 어느 역사가의 통찰처럼 '분단시대'로 재현되면서 65년째 지속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과 더욱 깊은 유대 구축해야
독일 통일은 사회주의 해체와 냉전체제 붕괴의 결실로 나타났다. 당시 어느 누구도 독일의 통일을 예상하지 못했고, 독일보다 한반도가 먼저 통일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냉전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한반도는 통일의 기운은커녕 갈등과 긴장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냉전시대 한반도는 비록 '차가운 평화'(冷平和)였지만 역설적으로 '분단평화'를 유지해 왔던 셈이다. 그후 분단체제의 극심한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한반도는 냉전시대보다 한층 불안정한 구도에 놓였고, '분단평화' 유지를 위한 분단의 평화적 관리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체제생존을 위해 핵보유와 미사일 개발로 치달아 한반도 위기와 긴장을 조성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체제의 생존방식 자체가 한반도의 안정적인 평화구축을 위협하는 논리이며, 여기에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에 역행하는 북한의 기형적 모습과 행동 패턴으로 말미암아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불가측성과 불확실성의 해소가 쉽지 않다. 그런즉 한반도의 궁극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분단국가 체제가 해소되어야 하며, '평화를 위한 통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두 개의 분단국가 상태에서는 미국과 중국, 양대 세력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계적 패권국가의 구심력에 견인당하는 상태를 극복하기도 힘들다.
한민족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한 편에 흡수·동화되지 않은 채 독자적 문화와 고유한 역사를 향유해 왔다. 이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닐 수 없으며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편향되는 상황은 위험하며 민족사의 미래에 비추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남진을 막는 방아책(防俄策)으로 중국·일본·미국과의 연대(親中結日聯美)를 권유했던 '조선책략'의 시대 상황과는 달리 우리는 특정 국가를 배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한반도 주변의 모든 국가와 더욱 깊은 유대와 굳건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한·미동맹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중국, 러시아와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의 토대를 넓혀가야 한다. 특히,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가져온다는 점을 주지시켜 중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관계 단절상태로는 북한관리 불가능
21세기 남북관계는 천안함 사태를 전후로 양분될 수 있다. 한반도의 주기적인 위기와 갈등의 반복은 북한체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서 기인한다. 최근 북한은 경제적으로 회복 불능의 피폐 상태에다 통치층 내부의 균열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은 신중하게 관리되고 불확실성은 통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험한' 상대인 북한과의 관계 단절 상태에서 북한관리는 불가능하며, 한반도 상황은 한층 악화될 수도 있다.
중국은 1999년 5월 유고슬라비아 자국 대사관이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군에 의해 폭격당했을 때, 미국은 오폭이라고 변명했지만,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전략적 인내심'을 발휘함으로써 중국의 대미(對美) 위상 제고와 함께 소프트 파워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승화시켰다. 지금 우리는 대북정책과 대외전략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분단체제가 새로운 형태로 고착되느냐, 그와 반대로 통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느냐 하는 갈림길에 섰다. 남북 간의 모든 기(旣) 합의문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대북정책의 추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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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부산일보 201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