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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큰 것 지키고 작은 것 푸는’ 대북정책 -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이경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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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6.03

조회수 : 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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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 지키고 작은 것 푸는’ 대북정책



전 서울신문 언론인 전 편집국장 이경형



북한도 계속 중국의 경협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중국과 인식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 '관리'한다고 할 때, 정부의 고위 당국자까지도 그것은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한반도 평화통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어 보인다. 아마도 '길들이기'인 것 같다. 길들이기는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목표는 될 수 없다. MB 대북정책은 DJ·노무현 대북정책의 부정에 머물고 있다. 과거 두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위장평화를 돈으로 산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 그 동안 MB가 취해 온 대북 국제 제재 및 민간 경협 차단을 통한 압박정책은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는 평가다.



중국이 후견인으로 있는 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단행한 민간 대북 경협 중지 등 5·24조치로 북한에 약 3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공백 자리는 중국이 상당 부분 밀고 들어왔을 뿐 아니라, 우리 민간 기업의 투자 및 사업 손실 규모도 만만치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이뤄진 북중 간 경제협력의 합의 수준에 관해서는 아직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다급한 식량 및 유류 사정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금명 우리 정부에 북중 정상회담 결과와 '이명박 대통령·원자바오 중국 총리·김정일 위원장'의 간접 대화 등에 관한 북측의 반응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 푸는 데 방점 찍을 시기



김정일-후진타오 북중 정상회담 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장애적 요소 제거'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그 동안 대북 '전략적 인내'를 견지해왔던 오바마 미 행정부도 서서히 6자 회담 재개를 모색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회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1주일 여 북한을 방문하여 식량사정을 조사한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의 보고를 토대로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계속 중국의 경협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중국과 인식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당분간은 안정을 해치는 행동은 삼가고, 대화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일 방중 직후 억류하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을 석방하기도 했다.



이런 주변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도 탄력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미국은 북한더러 '워싱턴에 오려면 서울을 거쳐 오라"고 한다. 중국도 '남북대화-북미 대화-6자 회담' 수순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는 남북이 서로 대화 자리에 앉으려면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먼저 사과하고, 북핵문제에 관해서도 최소한의 핵동결조치 등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명분보다 문제를 푸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할 시기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핵과 남북 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해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북핵문제는 다자간 성격의 문제로 여기엔 사과 등 전제조건을 붙이지 말고, 남북 양자 간 문제에서 따질 건 따지자는 얘기다. 여기에 덧붙여 남북문제도 '큰 것은 지키고, 작은 것은 풀자'고 제안하고 싶다. 정부의 대규모 식량 지원이나 정부 차원의 대북 경협 등에서는 전제조건을 붙이더라도 민간 차원의 것은 풀어 대화의 분위기를 유도해나갔으면 한다.



돈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하수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 민간 업자의 북한 산물 수입 혹은 임가공 사업 등은 단계적으로 풀어도 우리의 일관성이 크게 훼손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자간 협상이든 양자 협상이든 어느 한 쪽이 전제조건을 고집할 경우, 그 전제'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대화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북한이 적절하게 사과하는 방식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MB가 대북정책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한다면, 모처럼 대화의 기운이 감도는 주변 상항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을 돈으로 관리한다는 생각은 하수(下手)다. 주변 정세 변화의 톱니바퀴를 잘 활용하면서 탄력적인 정책으로 관리하는 것이 상수(上手)다. MB가 상수의 대북정책을 구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