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모음] 한반도에 집중되는 美·中 권력게임 - 서울대 국제정치학 교수 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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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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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반도에 집중되는 美·中 권력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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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제정치학 교수 윤영관
중국의 미국 압박 동아시아에선 치열해 질것, 한국이 국익 지키려면 중국 내부 사정 정확히 읽고 북한 변화 유도에 협력하며 中位권 국가들 友軍 만들어야
세계화가 진행되고 무역·투자·금융·통신의 네트워크가 세상을 얽어매고 있는 21세기의 지구촌 시대에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권력게임이다. 특히 강대국 권력게임에 과거나 지금이나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고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제 권력게임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권력게임의 맥락에서 2010년은 중요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2010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미·중 간에 힘겨루기 한판승부가 벌어진 해였다. 중국은 마치 빛을 가리고 조용히 실력을 기른다는 그동안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잠시 뒷전으로 미뤄두고 경제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힘과 의지를 정면으로 테스트해보고자 하는 듯했다. 환율, 대만 무기판매, 달라이 라마 방미, 남중국해, 서해 군사훈련 문제 등에서 미국과 강하게 부딪쳤던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 12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중국 외교부 웹 사이트에 "중국은 계속해서 화평발전(和平發展) 전략을 중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5월의 양국 전략대화를 통해 미·중 관계는 협력모드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인들의 전쟁 피로감과 부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개입은 줄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환(環)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막대한 재정적자, 이라크에 이은 아프간 전쟁에 지쳐 미국이 동아시아에의 개입을 줄여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로버트 캐플란(Kaplan)이라는 논객이 미국이 앞으로 서태평양 해역(海域)에 대한 중국의 영향권을 인정해 주고, 더 나아가 일본이나 한국의 미군 주둔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인도양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이 나오자 이것이 과거 1950년 1월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빼놓아 북한과 소련으로 하여금 오판하게 만들었던 애치슨 라인의 재현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번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그러한 우려에 쐐기를 박았다.
당분간 국력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둘러싸고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차원에서는 중국이 자국의 입지와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을 압박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동아시아에서 그러한 경쟁의 핵심 대상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와중에 한국은 어떻게 국익을 보호하고 한반도 평화를 달성해 나갈 것인가?
첫째는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기본 틀로 삼으면서도 중요 관계 당사자인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도록 노력하며 협력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중국의 내부사정을 정확히 읽고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도 내부 정치·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목소리를 조정해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2~3년간은 권력전환기이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가 조용해지는 것을 원할 것이고 과감한 대북정책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둘째로 남북 간 대결 구도로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힘들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변화를 회피하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결국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북·중 정상회담에서 황금평 개발을 놓고 북한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원했는데, 중국은 중국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강조해서 서로 부딪쳤다는 보도가 있다. 미국도 최근 대북 식량지원을 고려하되 철저한 모니터링을 강조하고 쌀은 지원품목에서 빼겠다고 한다. 식량지원이 북한이 원하는 것처럼 정부 주도의 배급체제를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나 미국은 '잘 주기' 모드로 들어갔는데 우리만 '퍼 주기'냐 '안 주기'냐의 논쟁에 몰두해 있는 형국이어서 안타깝다.
셋째는 강대국이 아닌 중위권 국가들과의 외교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에 직접적 이해가 없고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중위권 국가들과 협력의 고리를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있어서 우리의 우군(友軍)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 우리 국력에 맞게 외교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혀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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