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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2012년 봄, 김정일이 서울에 오려면 -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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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5.19

조회수 : 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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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2년 봄, 김정일이 서울에 오려면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이명박 대통령이 5월9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확고히 하겠다고 국제사회와 합의하면”이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내년 봄 서울에서 열릴 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물론이고 세계 핵 비확산 체제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대통령의 제안은 진정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있어서 극히 회의적이다. 우선 이 대통령의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차기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된 직후에도 유사한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핵 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2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거부의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제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고는, 미국과 함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북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또한 북한의 급변사태를 ‘통일의 호기’로 바라보면서 이를 유도하고 대비하는 데에 치중했다. 북한이 이에 맞서 ‘핵 억제력’에 더욱 집착한 것은 예견된 반응이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핵 포기와 핵안보정상회의 참가라는 ‘전략적 결단’을 요구하면서도 이에 걸맞은 어떠한 상응조처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고, 사실상 흡수통일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반복했다. 또한 그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도 “재스민 혁명과 같은 움직임을 북한도 거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을 굴복시키려 하고 자극하는 언행으로 과연 내년 봄 역사적인 이벤트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극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베를린 제안을 통해 북핵 문제에 이명박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북한에 기회를 주고 있다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에 힘과 지혜를 소진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 봄은 한반도 정세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4월15일 강성대국을 선포할 것이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핵 보유를 강성대국의 핵심으로 공식화할 것인지, 아니면 김 주석의 유훈인 ‘조선반도 비핵화’와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 먹는 세상’을 공표할 것인지에 따라 한반도의 앞날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태양절 100주년 직후에는 50여개국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실현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북한을 비난하는 자리로 끝날 것인지는 이 회의의 핵심이다.



2012년 한반도의 봄은 지금부터 남북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내년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한반도 핵위기가 본격화된 지 20년이 되고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0년이 되는 2013년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2012년을 대전환의 해로 만들기 위한 남북 지도자의 역사인식과 비전이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2012년을 대전환의 해로 만들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 몇 가지만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핵 포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대화의 조건으로 삼지 말고 북한의 결단에 걸맞은 상응조처를 들고 대타협을 시도해야 한다. 둘째,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북-미 정상회담 중재를 통해 정상 수준의 신뢰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비핵화와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분리하고, 또한 천안함과 연평도를 분리해 유연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끝으로 이러한 전략과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통일외교안보팀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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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