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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한반도는 지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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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4.15

조회수 : 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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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지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근식



춘래불사춘인가? 완연한 봄이 왔건만 한반도의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대화 국면을 견인하는 외부 정세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유독 한국 정부의 고집으로 봄은 오지 않고 있다. 우라늄 농축으로까지 악화된 북핵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더는 미루기 힘들다. 중국도 북한의 도발을 막고 한반도·동북아의 긴장고조를 관리하기 위해 6자회담 개최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북·미협상을 촉진하고 제재국면서 벗어나기 위해 남북대화의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남북대화 발목 잡는 이명박 정부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거부하고 여전히 선북한굴복을 요구하며 대결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미 1월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합의하고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를 의제로 포함한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대령급 예비회담에서 고집함으로써 결국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미국과 중국이 요구하고 북한이 호응한 연초의 대화 분위기가 이명박 정부의 외고집으로 무산되고 만 것이다.



이후에도 미국은 북·미협상 의지를 계속 내비쳤다. 북한 경제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시장경제를 배우고 리근 국장이 독일에서 미국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함께 미국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대북 식량지원의 분위기를 띄우면서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자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이 과장됐고, 비축미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백두산 화산폭발을 함께 논의하자는 북한의 지진회담 제의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는 철저히 당국간 회담을 거부한 채 민간 회담으로 대응했다. 최근 북·중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거쳐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3단계 방식에 합의했다는 소식에도 아마 이명박 정부는 북의 태도변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결국엔 회담진전을 거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번번이 대화의 발목을 잡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결정적 시기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화를 결렬시키고 협상을 가로막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북·미대결이 한창인 2009년 9월,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이전이라도 북·미 양자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결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며칠 뒤 미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이른바 ‘그랜드 바겐’이라는 이름으로 핵물질 폐기 등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북·미협상이 시작될 수 없다는 사실상의 ‘그랜드 비토’를 행사했다.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에 합의하고 관광객의 신변보장을 약속받았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2010년 2월 합리적 이유도 없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거부하고 말았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결정적 국면에서 매번 이명박 정부는 대화보다 대결을 선택하곤 했다.



대결의 끝은 긴장고조·전쟁위기



물론 대화의 발목잡기에는 이유가 있다. 북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았고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의 반성과 변화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을 관리하면서 얻어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북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걸어놓고 그것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하면서 대결을 지속할 때 결국 돌아오는 것은 긴장고조와 전쟁위기일 뿐이다. 대화가 아니라면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고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은 마땅치가 않다. 2011년 한반도의 봄을 또 다시 이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결국엔 외교적 왕따가 되거나 아니면 작년보다 더 큰 위기와 불안에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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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11.4.13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