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민족통일대회 대회사 - 백낙청상임대표 - 2007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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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통일의 일대 전기를 마련합시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남, 북, 해외의 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6.15남측위원회 성원과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광복절을 맞는 감격은 언제나 새롭습니다만, 오늘의 ‘8.15민족통일대회’에 참여한 우리들의 가슴 속에는 남다른 아쉬움과 아주 특별한 기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아쉬움은 물론 이번 대회가 민족공동행사가 아닌 지역별 행사로 열린 점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인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곧 성사되는 상황이라 이번 8.15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뜻 깊고 기대감으로 벅찹니다. 아무쪼록 이 경사스러운 분위기에 걸맞게 아프가니스탄의 인질사태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는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수난도 남은 인질들의 조속한 귀환으로 매듭지어지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남녘에서도 수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적지 않았습니다만, 오늘 우리는 북녘 땅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져 많은 동포들이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남북의 이재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인사를 드리면서, 북녘 동포들이 조속하게 수해를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남녘 동포들의 뜨거운 동포애를 보여줄 것을 제의합니다.
여러분,
오는 28일 7년여 만에 열리는 제2차 정상회담은 온 겨레의 염원이 빚어낸 성과인 동시에 이 땅에서 자주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이 나라 민중의 피땀 어린 열매입니다. 특히 6.15공동선언 이후 지난 7년간 우리는 흩어진 혈육, 끊어진 도로와 철길을 연결하였고, 당국과 민간 할 것 없이 다양한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성사시켰습니다.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과정에서 닫힌 마음의 문도 점점 열렸습니다. 그 사이에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고 북미관계가 개선되어가는 등 주변정세도 획기적으로 달라져 있습니다.
이렇게 다져진 바탕 위에 열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민족공존을 향한 ‘평화회담’이자 ‘통일회담’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이에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쌍방 당국자들에게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무엇보다도 핵무기와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진정한 평화가 깃든 한반도를 만드는 데 큰 진전을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북측이 가진 모든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를 이루어내는 구체적인 과정은 무엇보다 미국측의 성의있는 대응이 긴요한 사안이라 치더라도, 그 목표를 향한 남북 정상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의 앞 단계로 평화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주춧돌을 놓기를 바랍니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관련해서 양 정상이 남북이 ‘당사자’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에서도 그 주역은 반드시 우리 민족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주변국들과 전세계 양심세력들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굳건하면서도 슬기로운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발휘하기 바랍니다.
셋째, 남북교류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경협과 인도적 사업, 민간교류 등 기존의 남북관계를 확대할뿐더러 남북 철도 개통, 새로운 공동사업의 개발, 동북아지역 차원의 다자적 협정 등 한반도 및 동북아 경제권을 염두에 둔 실질적이고도 중장기적인 협력관계가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런 진전을 뒷받침할 남북관계 전반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6.15공동선언 제2항에 명시된 대로 남북 연합제 안과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의 접점을 찾는 본격적인 노력이 시작되기 바랍니다.
넷째,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완전히 대체되기 전이라도 서해 해역의 평화유지와 공동이용을 위한 융통성있는 방안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군사부문에서의 이런 신뢰구축은 한반도에서의 군비통제, 군비감축으로 이어져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과 번영의 초석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정상회담의 성공에 힘입어 우리 남녘 사회의 대표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개폐되는 날이 앞당겨질 것을 소망하며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제 우리 6.15민족공동위원회와 6.15남측위원회 자신의 문제에 눈을 돌려 한두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정상회담의 성사는 8.15민족공동행사 불발의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사건입니다만, 당국간의 교섭이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시기에 민간행사가 위축된 현실은 상설적인 통일운동 연대기구로서 우리의 위상과 역할에 고민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그때그때의 사태진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한반도 특유의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과정에서는 민간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시간이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게 마련이라는 확신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는 또한 지난 6월 평양의 민족단합대회 대표연설에서 제가 강조했듯이, “우리식 통일의 진행과정에 대해 민족공동위원회다운 독자적이고 성숙한 경륜을 가져야 하며 스스로 하나의 전술적 단위로 격하되는 일이 없어야” 함을 뜻합니다. 남과 북 어느 쪽 당국의 방침에 대해서도 우리 나름의 성찰과 검토를 거쳐 수용 또는 비판하는 자세를 취할 일이며, 이러한 독자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먼저 남녘 동포와 시민들의 신뢰를 얻고 나아가 북녘과 전 세계 민족성원의 가슴을 울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지금 이 순간 서울에서, 그리고 북녘 땅 평양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자주,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가 하나 된 음성으로 민족통일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남, 북, 해외 온 겨레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분단의 어둠을 물리치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민족대단합의 길에 더욱 매진합시다. 광복 62주년을 맞아 온 겨레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 평화와 통일의 새 역사, 환희의 새 역사를 모두 함께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2007년 8월 15일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백 낙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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