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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청맹과니 합창과 국익의 망실 -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6.27

조회수 : 2,046

본문


청맹과니 합창과 국익의 망실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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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맹과니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흔히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요즈음 북-중 관계에 대해 말하는 정부와 보수언론을 보면 청맹과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대북 지원 및 교역 중단을 골자로 한 5·24 조처로 북한이 매년 3억달러 정도의 벌금을 부과받는 셈이라며 대북 제재의 효과를 자신한다. 그래서인지 북한 체제의 억압성과 불안정성을 강조하고, 이에 호응해 보수언론은 북한의 참상과 주민 불만을 부각시키며 북한이 내일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북-중 관계도 지난 1년간 김정일이 3차례나 중국을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그와 중국 지도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었거나 경제협력이 먹구름에 싸였다는 보도가 대종을 이룬다. 이런 판단이나 보도가 대부분 ‘아니면 말고’ 식이기 때문에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북한의 운명을 움켜쥔 북-중 관계가 그들의 묘사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안다.



유엔의 제재가 한창이던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은 이를 비웃기나 하듯 전년보다 22.3% 증가했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 전체 교역의 83%를 차지한 중국과의 교역에서 이루어졌다. 북-중 관계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였다.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은 북한 지역에 두 개의 경제특구를 만들어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그에 따라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의 공동개발·관리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를 위해 양국 고위 지도자들을 책임자로 하는 ‘중조연합지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지난 6월 초에 착공식을 했다.



나선지대에서는 이미 도로 확장 사업, 시멘트공장 사업, 나진항을 통한 중국내 무역화물 운송사업, 자가용 관광 등이 시작되었으며 중국에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다. 중국의 한 국영기업은 20억달러를 투자하여 도로·발전소 등 기간시설을 북한에 건설해주고 대신에 광물채굴권 등을 갖기로 합의했다. 두 경제지대를 종합경제특구로 발전시켜 북한 경제의 회생과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이 계획은 양국 정부의 경제적 필요성과 중국의 자본동원능력, 북한의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런 변화 속에서 북한은 남한으로 수출하던 지하자원과 수산물의 행선지를 중국으로 바꾸었으며, 개성공단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중국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그 결과 애꿎은 우리의 대북교역 업체들만 부도가 났으며, 북한의 낮은 임금을 찾아 활로를 개척하고자 했던 우리 기업들만 기회를 날렸다. 5·24 대북조처를 통해 정부가 벌금을 부과한 대상이 우리 기업과 우리 경제인 셈이 되었다.



보수언론은 막장으로 몰린 북한 사회를 묘사하고 있지만, 북-중 경협의 강화는 북한 경제의 여건이 과거보다 나아지고 개방과 시장화가 촉진되리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또한 중국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토지가 대대적으로 결합하면서 북-중 경제의 구조적 연계성이 전례없이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북-중의 전략적 유대가 경제분야까지 확장되며, 그로 인해 서방의 대북 경제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남한의 대북 강경조처가 한국 경제의 기회의 창으로 남아 있던 북한 시장의 상실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도 말해준다. 지금처럼 남북 경협이 북-중 경협과 병행해 발전하지 못한다면 통일시대를 준비해 가는 데도 난관이 닥칠 것이다.



새로운 북-중 경협 프로젝트가 성공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한반도 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대응전략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청맹과니들만 이 현상을 못 보고, 거꾸로 북한 붕괴를 향한 주문만 합창하고 있다. 그들의 합창 속에서 국가 이익은 망실되고 통일공동체의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현실을 직시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 청맹과니는 그들이면 족하다. 국민을 우롱하는 그들의 합창은 멈추어져야 한다.



출처 : 한겨레신문 201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