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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남북관계 '리셋' 할 때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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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8.23

조회수 : 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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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북관계 ‘리셋’할 때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이수훈



지난 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최초의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렸다. 남북 양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2시간에 걸쳐 비핵화 문제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가졌다. 비핵화 회담은 상호이해를 높이고 오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열렸다고 한다. 6자회담으로 나아가는 데 양측이 최선을 다한다는 합의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남북 외교장관의 비공식 접촉도 있었다.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6자회담 장기 공백과 남북관계 전면 차단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한 줄기 빛을 찾게 되었다.



북한이 우리와 대화 및 협상을 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해 ‘중요한 일보’를 내디뎠다는 반응을 즉각 내놓았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비핵화에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시종일관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일본도 주변 정세에 떠밀려 6자회담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과 중국의 압박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주변 환경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를 펼치고, 남북관계를 복원해 진전을 거둘 시간이 충분하다. …



그러나 이번에 주어진 이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아마도 북핵문제는 더 한층 심각한 문제로 바뀔 것이다. 남북관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질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 오명을 피하려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고, 그 구체적 행동은 남북관계를 ‘리셋’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첫째, ‘비핵·개방·3000’을 필두로 한 기존의 대북정책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랜드바겐’ 방안도 접어야 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거에 핵심 이슈들을 이행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둘째, 적대적이고 강경한 태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제재와 봉쇄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합의가 있는 이상 그런 국면에 맞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대화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온통 불신하는 자세로는 대화가 잘되기를 바랄 수 없다.



셋째, 정치적으로 유연하게 대화에 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유연성은 유화책 일변도나 유약한 태도를 뜻하지 않는다. 비핵화는 하나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진전에 대한 평가와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아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핵화는 기술적인 사안도 많이 있지만 대단히 정치적인 과정이다. 정치력과 유연성을 어떻게 발휘하고 행사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넷째, 한국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6자회담에는 일정한 로드맵이 있지만 국면과 상황에 따라 장애물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과거 6자회담의 장기 교착은 대개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해서 시간을 끌고 모멘텀을 잃은 결과 발생했다. 그런 경우 누구 잘못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적극 나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국면을 돌파하는 외교가 요구된다는 점이 과거로부터의 교훈이다. 실제 한국이 지난 시기 이런 역할을 했다는 증언들이 미국에서 나온 바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대북정책라인을 바꾸어야 한다. 임기 후반기 대북정책기조 변화를 안팎으로 보여주고 실제 대화와 협상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태프가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전면 파탄지경이 된 데 책임이 있는 인사들은 물러나야 한다. 6자 외교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를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



이런 조치들을 정부가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특단이 요구된다.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 증진,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는 기존의 운영체계를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남북관계의 ‘리셋’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 경향신문 2011/07/26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