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모음]미.중 G2시대 벽 넘지 못한 천안암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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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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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G2시대 벽 넘지 못한 천안함 사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영호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호전성을 또다시 보여주었으나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사건 발생 이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과 한·미 연합훈련 실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의 언행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현실은 매우 냉엄하다. 중국이 한국의 제1 교역대상국이며 양국 교류가 확대되었으나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중국의 동조를 얻어내기에는 중국은 여전히 멀리 있었다. 오히려 중국의 전략적 이익 계산에는 북한의 자리가 매우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미·중 간 역학관계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 질서에 결정적인 외적 변수임이 드러났다. 한국이 약소국 시절 두 나라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은 컸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고 국제사회의 위상도 높아진 지금에도 중국 요인은 구조적으로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으로 남아 있다. 미국은 강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한국이 원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중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중국의 책임 없는 행동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미·중의 상호 이해관계가 너무 큰 것이다.
미·중 관계는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변화해 왔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중국의 도전은 미미했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대미관계 균형추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미국은 중국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전문가 데이비드 샴보에 따르면, 2009년 현재 미·중 금융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다. 또 중국은 미국의 제1 교역국이며, 미국의 500대 기업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양국 경제의 상호의존성은 차이아메리카(Chiamerica)라는 용어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경제력 성장은 국제안보 분야에서의 발언권을 크게 신장시켰다. 미국은 중국과 외교장관·재무장관이 참여하는 전략경제대화를 하며, 양국 정상 간에는 수시 접촉 채널이 있다. 과거 양자 간 현안이 동아시아에 국한되었다면, 오늘날에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이 해당된다. 따라서 국제질서 주도 국가로서 미국은 중국의 사활적 이익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생겼다.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통과를 위해 수개월에 걸쳐 중국에 공을 들인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과거 중화(中華)의 영화를 다시 실현코자 하는 중국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통해 말 그대로 '대국(大國)'으로서의 정책 추진을 위해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은 중국의 국력과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그에 부응하는 역할 수행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중국을 G2국가로 대접하며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responsible stakeholder)'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또 중국에 대해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의 발전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G2 대접은 부담스럽다. 총체적 국력에서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등장했으나 국내적 사정은 선진국 미국과는 전혀 다르다. 실질적인 G2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경제력은 더 커져야 하며 체제의 안정과 통합이 중요하다. 따라서 주변 환경은 결코 이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이 때때로 큰 부담을 주고 있지만, 계속해 지원하는 이유다.
이러한 미·중 관계와 그에 따른 양국 전략의 기저를 이해하면 왜 미국의 중국 설득에 한계가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는 북핵과 북한문제가 국가안보전략의 가장 중요한 변수지만,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또 경제적 상호의존이 미·중의 우호관계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상호 갈등이 양국관계를 냉전시대로 되돌리지도 않는다. 바로 여기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국가전략과 외교방안을 간파해야 한다. 100여 년 전 사형수로 감옥에 있었던 청년 이승만이 한반도에 대한 열강의 각축 현상을 보면서, 남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독립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출처 : 중앙일보 201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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