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모음] 김정은 시대, 우리가 할 일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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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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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우리가 할 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이수훈
김정일이 홀연히 무대를 내려갔다. 그를 대신해 29세 청년인 김정은이 무대에 올랐다.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이제부터 김정은을 상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왔다. 주변의 강대국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이루어나가는 과제도 김정은이라는 새 지도자와 함께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직전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2012년 한국과 한반도 주변국들의 권력교체와 그것이 초래할 한반도 정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세간에 풍미했던 ‘급변사태론’ 역시 사태 전개의 방아쇠와도 같은 김정일의 사망에 대해 이렇다할 예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작 ‘북한발’ 한반도 정세 격랑과 동북아질서의 불확실성에 대해 예견한 전문가는 없었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변고’에 대한 단기 대응에 성공했다. 통치체제의 기초를 구축하는 데도 민첩함을 보였다. 2008년 이후 3년간에 걸친 북한의 권력승계 작업이 나름대로 성과를 낼 수준이었음이 증명됐다. ‘조문외교’에서도 상당한 수완을 보여 주변국들로부터 인정을 이끌어냈다. 어쩌면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이 그런 선택을 했다고 말해야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하여간 김정은 지도체제가 돛을 올렸다.
김정은 지도체제가 순항하는 것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 비핵화,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이해당사국들의 공유된 입장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김정은 지도체제가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내적 불안정성을 품고 있고, 동북아 전략환경 역시 불확실성이 큰 구도하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줄여갈 수 있을까?
이는 달리 말해 우리가 보다 안정된 안보환경과 지금보다 덜 불편한 한반도 현실을 만들어 가는 선택이자 전략적 사고와 직결돼 있다. 흔히 안보와 평화를 거창한 그 무엇인 듯 취급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미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생활 안정과 평온함을 보장하는 데 있다.
김정은 지도체제의 순항은 개혁·개방과 비핵화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즉 경제문제 해결과 적대적 대외환경 변화가 관건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과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모든 국가들이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개혁·개방을 지원하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보수정부하의 한국과 미국은 핵문제로 인해 제재정책을 구사해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개혁·개방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북한 당국이 체제 위협세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반작용을 초래하기 일쑤였다.
비핵화라는 고난도 과제가 문제다. 북핵문제의 해결법은 대화와 협상뿐이며, 구체적으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6자회담을 진전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해법이 없으며, 미국과 한국이 비핵화 외교의 막강한 의지가 없으면 북한은 ‘핵국가’가 될 것이다. 북한의 ‘파키스탄화’라고나 불러야 할 이 시나리오는 한반도에 재앙적 현실, 동시에 우리 국민의 일상생활에 대단히 불편한 현실이 될 것이다.
이 불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남북관계의 끈을 다시 잡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온통 부담만 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때로 주변국과 외교를 펼침에 있어 자산과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나타난 대북정보력 문제 같은 것도 정부가 남북관계의 끈을 놓아버린 데서 연유된 측면이 없지 않다.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이나 분석에 관한 한 한국이 세계 최고여야 할 것 아닌가.
또 한·중관계를 긴밀한 소통과 정책 공조가 가능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이번에 중국 지도부가 우리 정부에 보여준 행동은 현재 한·중관계가 얼마나 멍이 들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해준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의한 점진적인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중관계가 진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내실화되어야 한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한·미·중 3자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를 만드는 데 가장 중차대한 과제다. 이 과제의 달성은 우리가 직면한 여러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첩경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한·미·일 3각관계를 절대시하는 경향에서 벗어나야 할 뿐만 아니라 외교전략적 사고와 행위에 있어 유연성, 균형, 사려 같은 덕목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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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신문 201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