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i615.net/bbs/board.php?bo_table=activity&wr_id=1034&page=92

활동소식ㆍ자료

HOME - 소식ㆍ자료 - 활동소식ㆍ자료

활동소식ㆍ자료

[이슈모음] 남북관계에서 진보와 보수의 시각 - 전 통일부장관 이 종 석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03.18

조회수 : 2,006

본문


남북관계에서 진보와 보수의 시각



통일부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기려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새삼 ‘남북관계에서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부닥쳤다. 원래 진보·보수의 개념 자체가 논쟁적이기는 하나 남북관계에서 진보를 규정한다면 ‘남과 북이 현재의 적대관계를 극복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하나의 통일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며,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런데 보수적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면 이 규정에 동의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렇듯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놓고 볼 때 진보와 보수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북문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거의 사생결단식 투쟁 수준이다. 그래서 이 갈등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미 양자가 공유하고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의 차이에서 유래된 다툼들이다. 그만큼 ‘합리적인’ 진보와 ‘합리적인’ 보수 사이에 남북관계를 둘러싼 차이는 조정과 절충을 통해 수렴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이들은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상충적 위치에 놓고 남북관계에 더 비중을 두면 진보이고,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면 보수라고 규정하며 심지어 진보를 친북 혹은 반미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미 관계와 남북관계를 보완적으로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 진보 보수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편가르기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자 하는 세력의 의도적인 정략적 분류라 할 수 있다.



물론 진보와 보수가 인식과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합리적인’ 진보적 시각은 남북 사이에 적대성을 감소시키고, 남과 북 양쪽의 자세 변화를 통한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삼는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북한 핵문제와 같은 글로벌 이슈와 남북의 적대적·군사적 대결관계와 같은 전통적인 이슈가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서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선순환적 병행발전을 추구한다. 남북관계에서도 평화증진을 위한 정치군사적 대화와 경제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선호한다. 이 시각은 이미 포용정책을 통해 남북관계에 투사되어 왔다.



반면에 보수적인 시각은 대체로 북한 체제가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사회로 변화해야만 공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접근한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발전은 남과 북 쌍방의 자세변화를 통해서 실현되기보다는 북한이 변해야만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한반도 안보 위협의 핵심을 북한 핵문제로 보기 때문에 북핵 정세에서 남북관계는 자칫 부차적인 존재로 취급되기 쉽다.



물론 이런 대칭적인 비교는 경향성을 나타낼 뿐, 진보도 보수도 그것이 ‘합리적’이라면 일방적으로 한쪽의 입장만이 100% 옳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특히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어느 정도 절충과 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진보건 보수건 ‘합리적’인 정권이 지도력을 발휘할 때 그것이 가능하다. 그 점에서 노태우 정부는 주목받을 만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사회주의 붕괴와 탈냉전의 도래라는 전환기적 내외정세에 대응하여 ‘합리적인’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당시로서는 가히 진보적이라고 할 만한 과감한 대북정책을 구사하여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중대한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역사적 재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방주의와 적대적 언술이 넘쳐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합리적’ 보수주의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도 합리성을 강화해 나가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절실한 것이 진보를 협력적 경쟁 대상으로 인식하는 ‘합리적’ 보수주의의 성장인 것이다.



출처 : 한겨레신문 2010/03/02